정치

여야, ‘핑퐁 정치’로 또 무산..'추경도 연금도 올스톱'

지난 10일 오후 열린 제3차 여야 국정협의회가 30분 만에 결렬되면서 정국이 더욱 얼어붙고 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연금개혁 등 시급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로 인해 실질적인 진전 없이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여야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향후 정책 논의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3차 국정협의회가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민주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불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마지못해 참석했지만, 연금개혁 관련 소득대체율 문제를 빌미로 민생 논의를 원천 봉쇄했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28일에도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민주당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무산됐다"며 "이번에도 민주당이 형식적으로 참석했을 뿐, 결국 정략적 이유로 민생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어깃장 정치'를 하고 있다며 맞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하나가 안되면 나머지도 안 된다고 한다"며 "연금개혁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추경도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연금개혁 논의는 여야가 특위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에 합의하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 43%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 없이 소득대체율 44%'를 주장하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43%를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자, 국민의힘이 즉시 결렬을 선언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추경과 관련해 여야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세부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시기를 제안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추경 논의도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의장은 "정부·여당이 추경 규모와 시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실무협의를 이번 주 내에 개최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국민의힘은 '정부와 협의해보겠다'는 답변만 남기고 떠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상속세법 개정과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경제 현안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배우자 상속세 면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협의회 결렬로 인해 논의의 장에 오르지도 못했다. 민주당은 상속세법 개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정국 경색 속에서 경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매일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국민연금 문제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의 악화, 여기에 더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한 산업계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책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 간 냉각 기류가 더욱 강화되면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10일 협의회 이후 여야는 다음 협의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다음 회담 일정을 정하지도 못한 채 협의회가 끝났다"고 했고,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도 "파행된 협의를 다시 잡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측에서도 양측 간 추가 회담을 조율하려 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 협의가 조금씩 진행되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국민을 위한 정책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국 경색이 지속되는 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