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민자 가정 출신' 조 샐다나, 오스카 트로피 들고 트럼프에 '선전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에밀리아 페레즈' 출연으로 올해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던 그녀는 예상대로 오스카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조 샐다나는 수상 소감을 이어가며 "1961년 이곳에 이민 온 우리 할머니가,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연기해 상을 받은 내 모습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며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심화된 미국 사회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였다.

 

도미니카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조 샐다나는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보여준 연기는 그녀의 커리어에서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는 영화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려는 멕시코 마약왕을 돕는 변호사 역할을 맡았으며, 뮤지컬 장르에 맞게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도 선보여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남우조연상 역시 수상이 예상됐던 '리얼 페인'의 키에란 컬킨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나 홀로 집에'로 유명한 맥컬리 컬킨의 동생으로, 어린 시절 형과 함께 '나 홀로 집에'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데뷔한 배우다. 키에란 컬킨은 수상 소감에서 형 맥컬리를 언급하며 "형이 내게 연기의 길을 열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단순한 영화 축제를 넘어 정치적 메시지가 곳곳에 담긴 행사였다. 특히 트럼프 정권의 이민 정책과 국제 관계에 대한 비판이 여러 참석자들의 발언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됐다. 진행자 코넌 오브라이언은 개막 멘트에서 "전 세계 10억 인구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있다"며 스페인어, 프랑스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인사말을 건네며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편집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 대릴 한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축소하려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외쳐 객석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려는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의사 표명으로 해석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영화인들이 참석해 할리우드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특히 라틴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후보들이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이는 할리우드가 점차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 영화 평론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단순히 영화적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를 넘어,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이민자에 대한 처우 문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조 샐다나의 수상은 이민자 출신 배우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이 끝난 후 조 샐다나는 기자회견에서 "내 수상이 단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 많은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길 바란다"며 "예술은 국경을 초월하는 힘이 있고, 그 힘으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진 미국 사회에서 할리우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준 자리였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정책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단적 저항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